줄거리
철저한 자본주의의 룰을 따르는 천국 아닌 천국
레이크 뷰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적인 세계처럼 보이지만, 온갖 상술로 점철된 곳입니다. 팝업 광고가 어디에서나 튀어나오고, 레이크 뷰 내의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추가 결제를 요구합니다. 심지어는 감기에 걸리기 위해서도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레이크 뷰의 서비스를 온전히 이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이를 누리지 못합니다. 그나마 저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은 지하의 "2GB 구역"에 지내게 됩니다. 이 구역의 사람들은 체험판 서비스만 누릴 수 있으며, 한 달을 2GB로 버터야 하는데, 생각에 집중하거나 감정이 격해지면 데이터가 빨리 소모되어 이들은 그냥 멍하게 지냅니다. 한 달을 채우기 전에 데이터가 모두 소진되면 다음 달에 다시 2GB가 지급되기 전까지 그들 존재 자체가 정지 상태로 있게 됩니다. 어떤 면에서는 현실 세계보다 더 혹독한 빈부 격차가 업로드 세계에 존재합니다.
극빈층에게 디지털 사후 세계는 더욱 잔혹합니다. 호라이즌 사와 관련된 흑막 세력들은 어느 날 "프리욘드"라는 무료 디지털 사후 세계를 론칭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고통 받을 바에 차라리 일찍 업로드하여 디지털 천국에서 편안하게 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고, 일부는 자신의 머리를 자르게 됩니다. 흑막 세력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프리욘드를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표를 없애려고 이러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프리욘드를 제대로 운영할 생각은 애당초 없었고, 비인륜적인 대량 살생을 자행합니다.
존재에 대한 무수한 질문들
디지털 세계에서의 업로드는 존재에 대한 여러 질문 거리를 제공합니다. 살아있던 사람의 의식은 그대로 남았지만, 육체는 유기물이 아닌 코드 덩어리로 대체됩니다. 업로드는 늙지 않으며, 삭제되지 않는 한 죽지도 않습니다. 어린 나이에 업로드된 한 소년은 성인이 되지 못하고 그 나이 상태로 계속 있습니다. 살아있을 때 함께 놀았던 현실 세계의 친구는 어른이 되어 가고 더 이상 자신과 놀아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업로드라는 존재는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요? 무엇이 인간이란 존재를 규정할까요?
이 드라마에는 "다운로드"라는 것도 있습니다. 업로드한 의식을 DNA로 복제한 육체에 이식하는 것인데요. 다운로딩에 실패한 이전의 피험자와 달리, 네이선은 다운로드에 성공합니다. 호라이즌 사 소유의 의식과 잉그리드 소유의 복제된 몸체가 연결되어 네이선은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된 것인데, 이때 다운로드된 네이선은 죽기 전의 네이선과 동일한 존재라 할 수 있을까요? 그는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AI(인공 지능)와 업로드의 비교도 흥미롭습니다. 레이크 뷰에는 업로드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인간의 모습을 한 AI가 있습니다. 업로드와 AI 모두 코드 덩어리로 존재하지만, 업로드는 AI와 달리 감정을 느끼고 고등 사고를 합니다. 드라마 초반의 AI는 그저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말하고 행동하였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감정을 학습하기 시작하고, 업로드에게 설득되어 레이크 뷰의 규율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AI가 점점 더 고등화되고 정교해진다면, AI와 업로드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다운로드한 AI는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끊임 없이 제기되었던 존재론적 질문들을 이 드라마에서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드라마를 다운로드하시겠습니까?
앞에서는 주로 진지한 부분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만, 이 드라마는 블랙 코미디 요소가 많아 극의 분위기가 그리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러닝 타임이 에피소드당 30분 정도라 금방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등장 인물 간 케미도 좋은 편입니다. 비록 전개가 살짝 늘어지는 구간이 있고, 잔인한 장면이 몇 차례 나옵니다만,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막 시즌 3이 완결되었는데요. 저는 다음 시즌이 나오는 날을 기다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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