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에 텝스(TEPS) 시험에 응시하였습니다. 텝스는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개발하고 TEPS관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시험으로, 많은 응시생들을 멘붕하게 만드는 까다로운 난이도로 정평이 났습니다. 토익과 같은 다른 공인 영어 시험을 준비해본 적이 없고, 상당히 오랫동안 영어 공부를 하지 않은 터라 첫 시험 점수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는데, 한 달 조금 넘게 공부한 것 치고는 생각보다 점수가 높게 나왔네요. 오늘은 텝스 공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텝스 시험 구성 및 등급 체계
텝스는 청해, 어휘&문법, 독해의 세 영역으로 구성되며, 한 영역의 문제를 푸는 시간에 다른 영역의 문제를 풀 수 없는 특징을 가졌습니다. 이 때문에 시간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채점은 '문항반응이론'을 따르고 있는데, 대충 상대 평가와 절대 평가의 혼합인 것 같습니다. 그외 텝스 시험의 좀더 구체적인 사항은 다음 표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또, 텝스 시험은 교육부가 인정한 국가공인 민간자격 시험이기도 한데요. 2급에 해당하는 327점부터 그 자격이 인정됩니다. 327점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지원할 수 있는 최소 점수(단, 학과별 요구 점수 상이)이기도 합니다.
영어 기본기가 있는 분들(수능 영어나 다른 공인 영어 시험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은 경우)은 기출 문제집 위주의 학습만으로 시험 대비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반면, 영어가 좀 부족하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인강이나 학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학원은 안 다녀봤고, 인강은 들었습니다. 인강 업체는 해커스, 시원스쿨, 컨설텝스, 텝스의신, 텝스19 등이 있고, 저는 이 중 한 업체의 인강을 수강했었습니다. 사람마다 맞는 인강이 다르기 때문에 샘플 강의를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인강이나 학원을 선택하신 분들은 인강이나 학원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점수의 비약적 상승이 반드시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텝스가 토익같은 시험에 비해 요령이 덜 통하는 시험이다 보니, 수업/강의를 듣는 시간 이외에 영어 실력 증진을 위한 충분한 시간 투자가 요구됩니다.
기출 문제 학습
텝스는 공식 문제와 사설 문제의 질 차이가 꽤 있는 편입니다. 이렇다 보니, 별도의 인강 혹은 학원 교재를 제외하고는, 기출 문제 외의 문제를 푸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텝스 기출 문제는 2018년 5월을 기준으로 뉴텝스와 구텝스로 구분되는데, 뉴텝스와 구텝스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뉴텝스의 청해와 독해에 있는 1지문 2문항 part가 구텝스에는 없고, 구텝스에서 지문을 2번 들려 주었던 청해 part 3가 뉴텝스에서는 1번만 들려줍니다. 또, 어휘와 문법이 뉴텝스에서는 한 영역으로 묶여 있는 반면, 구텝스에서는 각각의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구텝스가 총 문항 수가 더 많고 기출 문제집도 더 많이 나왔기 때문에 평소에 연습하는 용도로는 구텝스 문제집이 더 적절합니다. 즉, 구텝스 문제로 기초를 쌓고, 뉴텝스 문제로 실전 연습을 하는 것을 권합니다.
기출 문제를 학습할 때는 시간 제한을 둬서 문제를 푼 다음, 지문과 선지를 꼼꼼하게 분석하면서 리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텝스는 한국인이 만든 시험답게 헷갈리는 선지가 매우 많이 등장합니다. 따라서, 선지 하나하나 왜 답인지 아닌지 짚어가면서 학습해야 합니다.
기출 문제집 추천
(1) 구텝스 기출 문제집
▷넥서스 서울대 텝스 관리위원회 텝스 최신기술 1200제 1~3
- 3권이 구텝스 기출 문제집 중 가장 최근
- 해설집 별매
- 영역별 다량의 기출 문제 학습 가능(단, 어휘편은 없는 듯?)
▷해커스 서울대 텝스관리위원회 공식 최신기출 1200제 1~3
- 3권은 6회분 중 4회분만 기출 문제임에 유의
- 해설집 별매
(2) 뉴텝스 기출 문제집
▷해커스 서울대 텝스관리위원회 공식 기출문제집(5회분) : 현재 기준 가장 최신
▷시원스쿨 NEW TEPS 서울대 공식 기출문제집(4회분)
▷NEW TEPS 서울대학교 텝스관리위원회 공식문제집(2회분)
▷텝스 접수 시 제공되는 샘플 테스트 1회분
▷텝스관리위원회 공식 실전 기출문제 : https://www.teps.or.kr/home/Sample
▷WEEKLY TEPS : https://www.teps.or.kr/InfoBoard/WeeklyTeps
▷공식 텝스 모의시험 : https://edu.teps.or.kr/goods
영역별 학습 방향
(1) 청해
- 청해와 독해의 점수 비중이 높으므로 학습할 때도 이 두 영역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합니다.
- 발화 속도가 빠르고, 선지가 문제지에 적혀있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해서 듣습니다.
- 주어, 시제, 수량, 긍/부정 등을 이용한 선지 낚시에 주의합니다.
- 스크립트를 통해 안 들리는 부분, 모르는 단어&표현을 체크하고, 스크립트를 안 보는 상태에서 쉐도잉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 Correct(내용 일치) 문제나 Infer(추론) 문제는 간단한 노트 테이킹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2) 어휘
- 영어 단어를 많이 알수록 청해, 독해에도 도움이 많이 되므로 부지런히 단어를 외웁시다.
- 저는 청해, 어휘, 독해 문제에서 모르는 단어들을 모아서 저만의 단어장을 만들었습니다만, 이 작업에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좀더 효율을 추구한다면 시중에 나온 단어장을 사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텝스 단어장 중에는 해커스 텝스 기출보카(일명 노랭이 책)가 제일 무난한 것 같습니다.
- 어휘 문제에서 모르는 단어들은 따로 정리해서 외웁시다. 너무 많다 싶으면 정답인 단어들만이라도 정리합시다.
(3) 문법
- 학습 비중이 가장 낮은 영역으로, 저는 기출 문제를 풀고 해설을 확인하는 것 이상의 문법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 기초가 부족한 경우에는 문법 영역 문제를 잘 풀기 위한 문법 교재/강의를 보는 것보다 독해를 위한 문법 교재/강의를 보는 것을 권합니다.
(4) 독해
- 시간 압박이 가장 심한 영역으로 평소에 시간을 재고 문제를 푸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 지문을 분석할 때 글의 전개 구조를 생각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 매력적인 오답이 빈번하게 나옵니다. 문제를 풀 때 소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리뷰 시에는 선지 하나하나 왜 정답인지 아닌지 논리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 단어를 몰라서 틀리는 경우도 꽤 있으므로 어휘 학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마무리
텝스는 인기 있는 공인 영어 시험이 아닙니다. 유학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고, 취업 시장에서는 토익, 오픽, 토익 스피킹에 밀리고 있죠. 그나마 서울대 재학생, 서울대 대학원 지원자, 전문연구요원 지원자, 의대 편입 준비생 등이 응시하는데, 제한된 응시자 풀과 응시자들의 높은 평균 학력 수준으로 인해 안 그래도 어려운 시험의 진입 장벽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또, 응시 회차별, 시기별 유/불리가 있어 대박달과 쪽박달을 구분한다고도 하죠. 이처럼 목표 점수를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시험에서는 굵고 짧게 준비하기보다, 몇 번 응시한다 생각하고 여유를 갖고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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